<p></p><br /><br />한 복합 쇼핑몰에서 일하던 아동복 매장 매니저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. <br> <br>자영업자라고 하기에도, 직원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감내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. <br> <br>김민지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. <br><br>[리포트]<br> 지난달 쇼핑몰 재고창고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A 씨. <br> <br> 결국 다음 날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. <br> <br> 유아복 매장을 운영하던 매니저였습니다. <br> <br> 큰 기대를 갖고 지난해 8월 입점했지만 과다한 근로에 몸과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. <br> <br>[A씨 유가족] <br>"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죠. 피곤하다 힘들다. 빨리 나갈 때는 아침에도 나가고, 퇴근 시간이 많이 늦어요." <br> <br> 유가족은 A씨가 가게 문을 연 뒤 불과 사나흘 밖에 쉬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. <br> <br> A 씨가 일하던 쇼핑몰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운영되기 때문입니다. <br> <br>[A 씨 유가족] <br>"아버지 생신인데도 아침에 잠시 갔다오고, 전 날에도 새벽에 들어오고 재고를 정리하거나 바쁠 때는 3시간 이상을 자지 못했던 것 같아요." <br> <br> 그러나 A 씨는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실제 매장의 주인은 아니었습니다. <br><br>해당 제품 업체와 매출의 일부분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 '중간관리자' 신분이었습니다. <br> <br> 해당 제품을 유통 업체 매장에서 판매하는 직원처럼 일해왔지만 법적 지위는 직원이 아닌 '개인사업자'로 등록돼 있습니다. <br><br> 계약서에는 마음대로 폐점하면 계약종료시점까지 하루 100만 원씩 배상금을 내라는 조항도 있습니다. <br><br> 일이 힘들고 매출이 떨어져도 마음대로 폐점할 수도 없는 겁니다. <br> <br> 다른 백화점이나 쇼핑몰 중간관리자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. <br> <br> 해당업체의 직원처럼 일하지만 신분은 개인사업자여서 휴식이나 매장관리를 마음대로 못하는 겁니다. <br> <br>[△△백화점 중간관리자] <br>"샌드위치도 아니고 샌드위치 안에 들은 콩고물도 아니고... 기업은 소위 말해 수수료처럼 하다가 월급 문제, 고용 문제 이런 게 있으면 다 중간관리로 돌려요." <br> <br> 상당수 중간관리자는 원래 해당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퇴사한 뒤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 <br> <br>지난해 1월 대법원은 모 백화점 중간관리자 30여 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근로자로서의 성격이 있다며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<br>판결하기도 했습니다. <br> <br>[전직 중간관리자(퇴직금 청구 소송 중)] <br>"모든 것을 본사에서 지시를 해요. 맞춰진 시간에 나가서 일을 하는 거에 불과한데 // 세금이라든가 이런 법을 벗어나기 위해서 너희는 개인사업자다." <br><br> 2011년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등 특수형태 업무 근로자 실태조사를 했던 고용노동부는, 백화점 중간관리자들도 특수고용 적용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. <br> <br> 근무 장소와 시간 등 운영을 사업주로부터 감독받는 성격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. <br> <br> 당시 파악된 중간관리자는 다른 유통업체를 제외한 백화점만 따져도 1만 2천여 명에 달했습니다. <br> <br> 최소한의 휴일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도 많습니다. <br><br>"명절에도 쉬지 않는 대표적인 쇼핑몰 앞입니다. 최근 정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근로시간 단축법을 개정했지만 이곳과는 실상 동떨어진 얘깁니다." <br> <br>[조한샘 / 서울시 관악구] <br>"이용자 입장에선 365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 편리한 부분이 있는 건 맞는데 명절은 보내셔야 되지 않을까." <br><br> 지난해 한 노동단체가 백화점 판매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의무휴업 도입을 희망했습니다. <br> <br> 유통업체의 의무휴업을 규정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되기도 했습니다. <br> <br>[김종훈 / 민중당 의원] <br>"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는 유통산업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으면…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의무휴일을 확대해야… " <br> <br>[고용노동부 관계자] <br>"연구용역이나 이걸 통해서 유통업을 보려고는 좀 하고 있어요. (중간관리자 규모가) 전체 얼마냐. 그걸 뜯어서 봐야 될 때가 된 거 같아요." <br> <br> 우리 사회 각계가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시점입니다. <br> <br>[A 씨 유가족] <br>"(중간 관리자에 대한) 12시간 근무, 365일 노동이라고 하는 건 과연 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지. 자기가 쉬면 다른 사람도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배려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배려가 없는 것 아닌가…" <br> <br>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. <br> <br>mettymom@donga.com <br>연출 천종석 <br>글·구성 지한결 이소연 <br>그래픽 김승훈